2025년 9월 현재, 은퇴 설계에서 가장 간과되지만 치명적인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바로 ‘인출 순서’입니다. 같은 자산을 보유해도 어떤 계좌에서 먼저 꺼내 쓰느냐에 따라 세후 자산의 수명은 10년 이상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세전계좌, 세후계좌, 비과세 계좌의 특성을 이해하고, 세금·보험료·시장 상황을 고려한 인출 순서를 설계하는 것은 은퇴 안정성의 핵심입니다.
계좌별 과세 구조와 특성 이해
은퇴 자산은 크게 세전계좌, 세후계좌, 비과세/분리과세 계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전계좌에는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등이 속하며 납입 시 세액공제와 과세 이연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출 시점에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며, 일정 나이를 넘기면 의무 인출이 적용됩니다. 세후계좌는 일반 증권 계좌로, 배당·이자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가 이루어지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초과하면 최고 49.5%까지 세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SA 같은 비과세·분리과세 계좌는 일정 한도 내에서 세금이 거의 없거나 낮아 효율적입니다. 따라서 인출 순서를 설계할 때는 ‘세금 발생 시점과 세율’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도 반영해야 합니다. 금융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보험료가 급등하므로, 계좌별 인출 계획과 의료비·보험료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효율적인 인출 순서의 원칙과 예외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인출 순서는 현금성 자산 → 세후계좌 → ISA → 세전계좌입니다. 우선 단기 생활비는 예금·MMF 등 현금성 자산에서 충당하여 시장 변동기에 장기 자산을 강제 매도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다음 세후계좌 자산을 활용해 배당과 이자를 우선 사용합니다. ISA 계좌는 과세 효율이 높으므로 과세계좌보다 뒤에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전계좌는 최대한 늦게 인출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이 순서가 정답은 아닙니다. 첫째, 세전계좌는 70세 이후 의무 인출이 강화될 수 있으므로, 60대 초반부터 소액 인출을 시작해 세율 급등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특정 연도에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을 넘길 위험이 있다면, ISA 인출이나 낮은 배당 자산 인출로 조정해야 합니다. 셋째, 손실 자산은 다른 자산의 이익과 상계해 세금을 줄이는 손익통산 전략이 필요합니다. 넷째, 부부라면 각자의 세전계좌와 세후계좌를 나눠 인출해 소득세 구간을 분산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국 인출 순서는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세율, 보험료, 시장 상황에 따라 매년 조정해야 하는 동적 관리 시스템입니다.
실전 적용과 관리 체계
인출 순서를 제대로 적용하려면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연간 과세소득 추정표를 작성해야 합니다. 연금, 배당, 이자, 임대소득을 합산해 세율 구간과 보험료 부과 구간을 미리 확인하면 불필요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각 계좌별로 목표 잔액과 인출 한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IRP는 70세 이후에도 최소 20년간 유지될 수 있도록 분산 인출 계획을 세우는 방식입니다. 셋째, 손실 자산 매도와 세액공제 활용 계획을 병행해야 합니다. 넷째, 인출 규칙을 반드시 문서화해 부부와 가족이 공유해야 합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본인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계획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인출과 리밸런싱을 동시에 하지 않고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시기에 대량 매도가 이루어지면 세금 부담과 거래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매년 11월에는 세무사·재무설계사와 함께 세무 점검 회의를 열어 다음 해 인출 전략을 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관리 체계를 통해 인출 순서를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론: 인출 순서는 은퇴 자산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계좌별 과세 구조를 이해하고, 일반적인 순서를 원칙으로 삼되 예외 규칙을 적용하며, 매년 점검을 통해 동적으로 관리하세요. 지금 당장 내 계좌별 잔액과 예상 세율 구조를 표로 정리하고, 인출 계획을 문서화해 실행하세요. 작은 준비가 자산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할 수 있습니다.
